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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촌놈의 이야기

10월 5일 오후 화장실 사건?으로 한바탕 웃고 나니 어느새 할슈타트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항상 최고의 여행지를 고른다면 하와이를 얘기했었다. 하와이에서 와이키키 해변도 좋았지만 그때 보슬비를 시원하게 맞으며 폭포거리를 걸었던 어릴 적 기억이 너무나 청량했다. 그런 시원한 바람공기를 좋아하나 보다. 이번 할슈타트 여행도 약간 흐린 날씨에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그 청량한 공기를 사방이 뚫린 나무배를 타고 호수를 횡단하다니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젠 하와이가 아니라 할슈타트라고 얘기할 것 같다. 꼭 배가 아기들이 자는 흔들침대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너무 흥분했던 탓이었을까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기차에 타니 잠이 쏟아졌다. 잘츠부르크로 도착해서는 엄마의 픽으로 베트남음식을 먹었다..

아름다운 할슈타트 풍경 속에서 엄마와 승희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 했다. 레스토랑에서 갔어야 했지만 늦었다. 공공화장실 입장티켓을 파는 기계가 있었는데 한 장당 2유로로 굉장히 비쌌다. 우린 4유로나 내고 두 여성의 화장실이용권을 샀다. 승희부터 이용하고 나왔다. 들어갈 때는 옛날 한국 지하철 개찰구처럼 티켓을 찍으면 막혀있던 철막대기가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승희도 들어갈 때는 문제없었다. 하지만 나오려고 티켓을 찍으니 이미 이용했다 그러더니 그 철막대기는 꿈쩍을 안 했다. 갇혀버린 승희와 그걸 보던 나는 당황했다. 승희는 어쩔 수 없이 개찰구와 벽틈의 마른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통해 나왔다. 문제는 엄마였다. 곧 엄마가 나올 차례였다. 그때 마침 남자화장실에서 전형적인 미국인 비만 체형의..

10월 5일 점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침을 안 먹었던 나는 식당을 구글맵으로 찾아봤다. 대부분 구글평점이 3점대길래 이곳은 아무래도 관광지라 레스토랑들이 다 별로구나 싶었다. 그러던 와중 4점이 넘는 식당이 딱 있길래 냉큼 달려갔다. 식당 인테리어는 딱 동유럽스타일로 깔끔했다. 피시수프를 애피타이저 삼았다. 피시 수프라길래 무슨 동태찌개라도 나오려나 영국식 생각을 했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생선 비린내도 전혀 안 났다. 약간 옥수수 수프 같다. 토마토 샐러드도 야채성애자들한텐 필수다. 메인디쉬인 생선요리와 볼로네제 스파게티도 매우 맛있었다. 특히 감자가 너무 맛있었다.

실수로 한역 늦게 내린 우리는 그림 이정표를 의지해 페리를 찾아 나섰다. 다소 헤매다 페리에 도착해 보니 최대 약 10명 정도 태울 수 있는 아주 작은 나무배가 있었다. 계산은 배 위에서 출항하기 직전에 한다길래 우린 냉큼 올라탔다. 10유로로 원래 우리가 내리기로 했던 할슈타트역 근처에 있는 페리보다 약간 비싸다고 했지만 일단 당장 너무 멋있고 아름다웠기에 그런 건 문제 되지 않았다. 배가 호수를 가로질러 할슈타트마을로 향했다. 정말 깨끗한 강 위에 우리 배하나 척하니 떠있었고 주변에 거대한 산과 맑은 공기들로 우리들을 정화시켰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 나왔던 거 같은 그런 절경이 펼쳐졌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할슈타트 역 근처 페리에서 탄 배는 크루즈배였다. 그 배가 어떨지는 정확히..

10월 5일 아침 물 흐르듯이 아침을 해결하고 Bad Ischl Bahnhof로 향하는 버스에 우리는 몸을 맡겼다. 약 1시간 반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우리의 대장 승희는 왼쪽에 앉을 것을 지시했다. 왼쪽에 앉아야 좋은 경관들을 볼 수 있다고. 우리는 다행히 왼쪽 자리 버스에 앉을 수 있었고 기대를 하며 버스는 출발했다. 승희 말대로 정말 왼쪽자리에는 예술적인 자연이 펼쳐졌다. 너무 충격적으로 예술이었는지 승희는 기절해서 자버렸지만 나는 그 멋있는 관경을 티스토리 기행문을 쓰며 잘 즐겼다. 종착역인 Ban Ischl에서 우리는 내려 OBB 기차로 갈아탔다. 기차에서 우리는 수다를 떨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Hallstatt 역을 놓쳐 버렸다. 우리 총사령관 승희도 당황하니 엄마와 나도 덩달아 얼을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