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촌놈의 이야기

27. 마리엔 다리 - 고소 공포증 본문

비엔나, 잘츠부르크, 그리고 뮌헨 여행

27. 마리엔 다리 - 고소 공포증

진퉁퉁 2023. 10. 10. 18:12

10월 7일

기다리는 줄이 금세 줄어들어 마리엔다리로 걸어갔다. 다리구조는 철근 콘크리트였는데 바닥은 나무로 지어진 다리였다. 나무바닥사이에는 떨어지면 즉사할 거 같은 거리의 바닥이 틈틈이 보였다. 거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나무판자가 움푹 들어가는 게 호러 그 자체였다.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 알겠는데 이런 다리에서 아무런 공포심 없이 사진 찍고 웃고 즐기는 사람들이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중 가장 좋아하던 게 우리 승희였다. 나는 다리 1/4쯤 왔을 때 그냥 포기하고 되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100번씩 들었지만 혹시 잘못돼 죽더라도 같이 죽자는 마인드로 큰 용기를 냈다. 나무 바닥아래에 고정해 주는 철근 슬라브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를 살펴봤지만 살피면 살필수록 높이감만 생겨 다리를 후들거리게 했다. 앞만 보고 다리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는 제발 제발만 속삭이며 겨우 다리를 건넜다. 엄마와 승희는 그 다리 위에서 사진도 찍고 노느라 나는 그들을 기다려야 했다.

부들부들 떨며 찍은 마리엔 다리

사실 그 다리에 서서 그 성을 바라보고 사진찍는게 오늘 일정의 가장 큰 이벤트였다. 앞만 보고 달려온 탓에 난 노이슈반슈타인 성은커녕 주변 관경조차 못 봤다. 돌아가기 위해 이 끔찍한 다리를 다시 건널 때는 한번 정도는 노이슈반슈타인성 보고 집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벌벌 떨고 있던 나는 우측의 성을 한번 힐끗 0.5초 정도 보고 다리를 건넜다. 단 0.5초였지만 아름다웠다. 디즈니 성의 모티브 아니랄까 봐 명불허전이었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다리 위의 내 사진은 없지만 그래도 아쉽진 않았다.

마리엔 다리에서 승희가 직접 찍은 노이슈반슈타인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