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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촌놈의 이야기

10월 8일 저녁 신나게 경기를 다 보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우리는 숙소 쪽으로 귀환하기 위해 길을 찾았다. 나와 승희는 작년 아스날 경기 때처럼 사람들을 그냥 따라 나갔다. 따라가다 보면 지하철역 나오겠지 싶었다. 엄마는 슬슬 답답해하셨다. 분명 우리가 온방향이 아닌데 탐탁지 않아 하셨다.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에 오히려 역으로 답답해하며 그냥 따라오시라고 했다. 한 15분쯤 걸었을까 구글맵으로 확인해 봐도 전혀 역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었다. 이 수많은 인파들이 지하철역이 아니라 걸어서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인 듯했다. 혹시나 해서 앞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엄마 말씀이 맞았다. 아예 알리안츠아레나로 돌아가 엄마가 말씀하신 그 길로 가야 했다. 엄마한테 사과를 하며 터벅터벅 우리가 온 길을 다시 왔다. 엄..

10월 8일 오후 슬슬 그 시간이 다가왔다. 바이에른 뮌헨 vs 프라이부르크 분데스리가 경기가 곧 시작하는 그 시간. 우리는 알리안츠 아레나로 가기 위해 Frottmaning 역까지 지하철로 갔다. 아까 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던 지하철이 뮌헨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많은 사람들로 꽉 채웠다. 거기다 대부분 빨간색의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서구권 나라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되면 꼭 나는 냄새가 있다. 미국에서 축구부에 있었을 당시 상대팀 플레이어와 몸싸움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나는 그 냄새. 암내. 오늘 지하철에서도 그 냄새가 은은하게 났었다. 나와 승희 엄마는 사람들로 쌓인 지하철에서 무게중심 잡기 바빴지만 서로 눈빛으로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하철에서 어떤한 뮌헨팬 할아버..

10월 8일 아침 호텔 숙소에서 자다가 엄마의 노크소리에 깼다. 엄마가 옷을 잃어버렸다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우리에게 알려줬다. 심지어 옷 세벌이 없어졌는데 모두 산지 얼마안된 좋은 옷들이었다. 엄마는 잘츠부르크에서 부터 안보였다고 기억하셨다. 잘츠부르크호텔에서 룸서비스를 받는중 직원이 혹시 훔쳐간게 아닐까 의심을 살짝 하셨다. 그러나 엄마의 증언들과 우리 일정을 비교 해보니 엄마는 할슈타트에서는 분명 그 옷들을 입고 계셨기에 잘츠부르크 룸서비스 동안 청소부 직원이 그옷들을 훔쳐갈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뮌헨에 옷들이 있거나 잘츠 호텔에 놓고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뮌헨 호텔에서 아무리 뒤져봐도 옷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잘츠에서 엄마가 놓고 오셨던거 같다. 미스테리한 점은 엄마는 분명 그날 우..

10월 7일 저녁 뮌헨으로 돌아가 출출한 배를 달래고자 버거집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미국에서는 주식처럼 먹었던 버거. 독일의 버거는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Ruff's Burger라는 가게가 평도 좋고 맛있어 보이길래 찾아가 봤다. 사장으로 보이는 딱 봐도 두꺼워보이는 젊은 남자가 우리 주문을 받아줬다. 부드러우면서도 영어도 잘했고 주문을 받는 데 있어 센스도 있었다. 우리 엄마는 야채마니아답게 그냥 야채 많은 메뉴를 시켜달라고 우리에게 주문하셨다. 그래서 치즈버거에 야채 토핑을 더 추가하려고 했다. 버거에 추가할 수 있는 토핑메뉴에 onion ring이 쓰여있었다. 당연히 아우구스티너 때처럼 생각해 생양파를 넣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어니언링 하나 넣는 건데 맞죠?라고 확인차 센스 있게 물었다. ..

10월 7일 기다리는 줄이 금세 줄어들어 마리엔다리로 걸어갔다. 다리구조는 철근 콘크리트였는데 바닥은 나무로 지어진 다리였다. 나무바닥사이에는 떨어지면 즉사할 거 같은 거리의 바닥이 틈틈이 보였다. 거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나무판자가 움푹 들어가는 게 호러 그 자체였다.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 알겠는데 이런 다리에서 아무런 공포심 없이 사진 찍고 웃고 즐기는 사람들이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중 가장 좋아하던 게 우리 승희였다. 나는 다리 1/4쯤 왔을 때 그냥 포기하고 되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100번씩 들었지만 혹시 잘못돼 죽더라도 같이 죽자는 마인드로 큰 용기를 냈다. 나무 바닥아래에 고정해 주는 철근 슬라브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를 살펴봤지만 살피면 살..

10월 7일 오후 퓌센에서 노이슈반슈타인성으로 가는 버스는 대략 20분을 기다리니 와줬다. 도착해 보니 세계적인 명소답게 사람들도 많았고 당장 우거진 산들도 멋있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을 아주 멋있게 보기 위해선 마리엔 다리를 가야 했다. 우리는 그 다리로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대략 20분 정도 기다리고 타 어떤 한 산기슭에 우리들을 내려줬다. 이정표를 따라 10분 정도 등산을 해보니 다리가 멀리서 보였다. 그 다리는 겨울엔 위험해서 문을 닫는다고 할 정도로 높이 있고 위험해 보였다. 이상하게 최근에 고소공포증이 생겼던 나는 저 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마리엔다리 안전상 사람들이 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다리로 들어가는 사람들 인원을 제한해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따분하게 줄..

10월 7일 아침 프로이센 정신을 받아 부지런해진 승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자는 사이 호텔 근처 마트에 들러 우리가 간단히 먹을 아침음식들을 사 왔다. 승희는 나에게 재밌는 일이 있었다는 듯 신나게 썰을 풀었다. 마트에서 일회용 숟가락 3개를 찾기 위해 승희는 주변사람한테 영어로 물어봤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영어를 하나도 하지 못해 알아듣지 못해 주변사람들한테 승희를 돕기 위해 물어보다 결국엔 3명이 승희한테 붙어서 도와주려고 애썼다고 했다. 고작 스푼세개 때문에! 그 세명 모두 스푼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고 승희는 설명을 해주기 위해 퍼먹는 제스쳐를 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인터넷도 안 터져서 번역기도 못쓰는 상황이었다. 영어를 하지 못해 답답했지만 나하나 도와주려고 그렇게 노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