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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촌놈의 이야기

10월 9일 아침 아침을 간단히 먹고 우버를 불러 끔찍했던 호텔과 작별인사를 했다. 위치는 너무나도 좋았지만 서비스나 시설이 너무 안 좋은 호텔이었다. 우린 3시간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여동생이 빠진 탓에 엄마는 혼자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약간 걱정되는 상황이라 우리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우리 셋다 루프트한자 항공사였는데 루프트한자는 티켓 발급을 위해서는 기계와 씨름을 해야 했다. 이런 기계들은 잘될 때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는데 안되면 그만큼 분노유발되는 것도 없다. 승희부터 했는데 시작부터 삐걱였다. 한 30분을 씨름하다 잘 안돼 내 티켓부터 뽑아봤는데 난 문제없이 뽑을 수 있었다. 승희는 영주권자 나는 시민권자라 그런 듯했다. 엄마 티켓도 내가 뽑아주고 나랑 엄마랑 같이 다녔..

10월 7일 기다리는 줄이 금세 줄어들어 마리엔다리로 걸어갔다. 다리구조는 철근 콘크리트였는데 바닥은 나무로 지어진 다리였다. 나무바닥사이에는 떨어지면 즉사할 거 같은 거리의 바닥이 틈틈이 보였다. 거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나무판자가 움푹 들어가는 게 호러 그 자체였다.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 알겠는데 이런 다리에서 아무런 공포심 없이 사진 찍고 웃고 즐기는 사람들이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중 가장 좋아하던 게 우리 승희였다. 나는 다리 1/4쯤 왔을 때 그냥 포기하고 되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100번씩 들었지만 혹시 잘못돼 죽더라도 같이 죽자는 마인드로 큰 용기를 냈다. 나무 바닥아래에 고정해 주는 철근 슬라브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를 살펴봤지만 살피면 살..

10월 7일 오후 퓌센에서 노이슈반슈타인성으로 가는 버스는 대략 20분을 기다리니 와줬다. 도착해 보니 세계적인 명소답게 사람들도 많았고 당장 우거진 산들도 멋있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을 아주 멋있게 보기 위해선 마리엔 다리를 가야 했다. 우리는 그 다리로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대략 20분 정도 기다리고 타 어떤 한 산기슭에 우리들을 내려줬다. 이정표를 따라 10분 정도 등산을 해보니 다리가 멀리서 보였다. 그 다리는 겨울엔 위험해서 문을 닫는다고 할 정도로 높이 있고 위험해 보였다. 이상하게 최근에 고소공포증이 생겼던 나는 저 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마리엔다리 안전상 사람들이 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다리로 들어가는 사람들 인원을 제한해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따분하게 줄..

10월 7일 아침 프로이센 정신을 받아 부지런해진 승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자는 사이 호텔 근처 마트에 들러 우리가 간단히 먹을 아침음식들을 사 왔다. 승희는 나에게 재밌는 일이 있었다는 듯 신나게 썰을 풀었다. 마트에서 일회용 숟가락 3개를 찾기 위해 승희는 주변사람한테 영어로 물어봤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영어를 하나도 하지 못해 알아듣지 못해 주변사람들한테 승희를 돕기 위해 물어보다 결국엔 3명이 승희한테 붙어서 도와주려고 애썼다고 했다. 고작 스푼세개 때문에! 그 세명 모두 스푼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고 승희는 설명을 해주기 위해 퍼먹는 제스쳐를 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인터넷도 안 터져서 번역기도 못쓰는 상황이었다. 영어를 하지 못해 답답했지만 나하나 도와주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10월 6일 오후 나와 엄마 그리고 승희는 무거운 캐리어 3개를 들고 뮌헨행 기차에서 내렸다. 내가 현재 사는 곳에서 맨해튼도 근처라 자주 가고 서울에서도 고등학생 때까지 살았어서 사람 붐비는 대도시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을 줄 알았다. 인구밀도는 서울만큼 많았고 뉴욕만큼 더럽고 비위생적이었다. 거기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도 굉장히 많은 탓에 밀도가 더 높았다. 앞서 언급한 두 도시는 담배냄새는 안 났다. 하지만 여기는 사방이 흡연자였다. 딱 봐도 세균덩어리 비둘기들이 기차역 안에서도 날아다녔다. 대략 서울역인데 담배냄새는 심한 그런 느낌이었다. 최고의 경험이었던 잘츠부르크에서 온 탓이었을까 잘츠부르크가 무척 그리웠다. 그런 정신없는 환경 속에서 호텔로 가는 길도 많이 헤맸다. 이 사람 저 사람 물어보기도..

10월 6일 아침 일찍 일어난 승희가 마트를 다녀와 덕분에 간단하게 요거트와 빵등을 먹을 수 있었다. 잘츠부르크와 마지막 작별을 하기 전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가기 위해 우린 OBB 기차를 탔다. 푸니쿨라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성으로 올라갔다. 성위로 올라가서 마을을 한눈에 보니 가슴이 웅장해졌다. 옛날에 했던 스팀 게임 킹덤컴 딜리버런스라는 중세배경의 주인공이 되어서 모험을 하는 게임이 생각났다. 중세배경을 난 어떤 배경보다 좋아해서 그게임도 정말 재밌게 즐겼다. 그런 성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올라가 보니 좋았을 수밖에 없었다. 박물관도 들어가서 구경했다. 역시 지적호기심 그 자체 우리 엄마는 독어도 영어도 못하시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보고 어떻게 옛날사람들은 이렇게 살았을까 하고 관찰하셨다. 특히 사람..

10월 5일 오후 화장실 사건?으로 한바탕 웃고 나니 어느새 할슈타트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항상 최고의 여행지를 고른다면 하와이를 얘기했었다. 하와이에서 와이키키 해변도 좋았지만 그때 보슬비를 시원하게 맞으며 폭포거리를 걸었던 어릴 적 기억이 너무나 청량했다. 그런 시원한 바람공기를 좋아하나 보다. 이번 할슈타트 여행도 약간 흐린 날씨에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그 청량한 공기를 사방이 뚫린 나무배를 타고 호수를 횡단하다니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젠 하와이가 아니라 할슈타트라고 얘기할 것 같다. 꼭 배가 아기들이 자는 흔들침대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너무 흥분했던 탓이었을까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기차에 타니 잠이 쏟아졌다. 잘츠부르크로 도착해서는 엄마의 픽으로 베트남음식을 먹었다..

아름다운 할슈타트 풍경 속에서 엄마와 승희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 했다. 레스토랑에서 갔어야 했지만 늦었다. 공공화장실 입장티켓을 파는 기계가 있었는데 한 장당 2유로로 굉장히 비쌌다. 우린 4유로나 내고 두 여성의 화장실이용권을 샀다. 승희부터 이용하고 나왔다. 들어갈 때는 옛날 한국 지하철 개찰구처럼 티켓을 찍으면 막혀있던 철막대기가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승희도 들어갈 때는 문제없었다. 하지만 나오려고 티켓을 찍으니 이미 이용했다 그러더니 그 철막대기는 꿈쩍을 안 했다. 갇혀버린 승희와 그걸 보던 나는 당황했다. 승희는 어쩔 수 없이 개찰구와 벽틈의 마른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통해 나왔다. 문제는 엄마였다. 곧 엄마가 나올 차례였다. 그때 마침 남자화장실에서 전형적인 미국인 비만 체형의..